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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제가 하고싶은 말은요.
편집자의 말
'나의 이름에게' 책 발췌 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19살에 들어온 학교를 24살이 되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에 다니는 순간순간마다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도 여럿 있었지만 뒤돌아보니 돌아오지 않을 저의 찬란한 20대 초반을 이곳에서 보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애틋해집니다. 학교에 다닌 시간 동안 왠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때때로 머릿속을 뒤덮어 학교를 떠나 한 발 내딛는 것이 아직은 두렵지만 저의 인터뷰이 중 한 분이 말씀해 주신 '안주하지 않는 삶을 살자'라는 말을 되새기며 '한양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20학번 노지영'이 아닌 그저 '노지영'으로서 한 걸음 걸어보려 합니다.

좋은 질문은 참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하나가 저에게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전달해 주거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중요한 순간이 되기도 했죠. 좋은 답변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지만, 그 전에 반드시 좋은 질문이 필요합니다.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아마도 이 문장 덕에 제가 인터뷰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인터뷰집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얼굴이 알려져 있어 비교적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에 맞춰져 질문이 던져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유명한 사람들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 어쩌면 우리와 같은 사람에게 질문하는 인터뷰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평범함의 탈을 쓴 특별한 대답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만들며 저는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았는데요. 특히 이렇게 긴 호흡의 인터뷰를 처음 시도해, 양질의 질문을 만드는 것부터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날 것 느낌 가득한 저의 글을 보며 왠지 모를 아쉬움이 짙게 남네요. 또한 이렇게 많은 페이지는 처음 디자인하다 보니 규칙과 기준, 그리드 등 디자인의 기초적인 기틀을 잡는 데 있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요령이 없어 수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완성했음에도 아쉬움이 문득 몰려와 인디자인 파일을 켰다가 끄기를 반복하곤 합니다. 그래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평소에는 하지 않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평소에는 지나쳤을 사람들에게 한 마디 더 건네며 친밀함을 형성할 기회를 얻어 더 재밌는 추억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았을 텐데도 책에 자신의 얼굴, 이름, 이야기, 생각을 가감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모든 분에게 감사를 다시 한번 전합니다. 저의 책이 그들의 일상에 하나의 재밌는 이벤트가 되었길 바랍니다. 덕분에 '사람을 탐구한다'라는 기획 목표에 맞게 내용이 채워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원체 욕심이 많아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결정을 쉬이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만들며 '더 좋은'이라는 단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사실. 이것이 제가 이 책을 만들며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입니다. 여러분들도 무엇을 선택할 때 '정답'이 있을 거로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여러분이 선택한 것이 '정답'입니다.

저는 어떤 프로젝트든 항상 두려움을 안고 시작하는데요, 이번 '나의 이름에게'는 학교 덕에 저의 자식 같은 책을 마무리시켜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음에 기쁩니다. 이제 저는 한양대학교 소속을 떼고 '지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발해 보려 합니다. 새로운 시작이 아직도 두렵지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 안에서 성장했을 저를 믿고 한번 나아가보고자 합니다. 여러분 또한 각자의 이름을 담은 삶을 고유하게 살아가시길, 먼발치에서나마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이만 길었던 마지막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모두 자신의 이름에 담긴 속뜻처럼 스스로 깊이 자신을 사랑하시길.

2024년 10월

편집자이자 디자이너 노지영